최근 파주에서 발생한 한 중범죄 관련 소식들이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 사건의 가장 특이한 점은 범인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이다. 범인은 심지어 수사 받는 와중에도 경찰에 거짓말해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각종 언론에서는 범인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앓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과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본다.
리플리 증후군, 사실 존재 자체가 거짓말최근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종종 기사나 언론에서 보게 됩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지은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유래한 단어일 뿐 정식으로 인정된 병명이 아닙니다. 참고로 소설의 주인공 리플리는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본인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본인의 거짓말에 휘둘리며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의학계에서는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현실과 거짓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반사회성 인격장애 또는 망상장애 등으로 진단합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사회적 규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쉽게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더불어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잘못 자체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망상장애는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기억을 왜곡하거나 현실 판단력에 장애를 보이는 질환으로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구분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신조 증후군의 범람, 왜?최근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론이나 인터넷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의학적 관점에서 증후군(Syndrome)이란 여러 특정 증상들이 동반되어 나타나지만,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과 증상들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를 말합니다. 현재는 의학적인 원인이 밝혀졌지만, 다운 증후군(Down`s Syndrome)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의학적인 사용 이외에도 최근에는 특정 사회적 현상들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새로운 신조 증후군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명절증후군`, `고3 증후군`, `번아웃증후군`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신조 증후군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유는, 사회의 높은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와 현상을 분류하고 이해하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증상을 하나의 증후군 중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특정 인물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증상이 병리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 중 하나라고 설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사회현상을 증후군이라고 부르며 이해하려는 문화가 범죄행위에도 적용된다면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범죄를 단순한 사회적 현상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으며, 범죄행위가 미화되거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키는 면죄부로 작용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모방 범죄 예방이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범죄와 연관된 정신 병리에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의견이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오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 (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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